지은주
즉흥적인 감성어법의 회화

  

  

  

작품 '여인II' '희망' '나무'와 같은 그림에는 확실히 그가 말하는 존재를 침묵케 하는 그 어떤 힘이 표현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고흐나 뭉크를 연상케 하는 강렬한 색채의 힘이 그의 그림에서 솟아나는 것처럼 느껴진자.   도대체 존재를 감동시키거나 존재의 침묵을 강요하는 그 정체불명의 힘이란 무엇인가.   화가는 또 이렇게 말한다.   

"우리를 살게하는 그 무엇의 이름이 사랑이라하든, 희망이라 하든, 사랑도 희망도 하니라 하든 간에 우리가 불확실한 가운데서도 요망큼의 역사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 무엇에대한 감동으로 인함이 아니었던가 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지은주의 사물에 대한 직관은 그리고 즉흥성은 바로 그가 감동이라고 표현한 바로 그 힘에서 발생한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지은주는 그의 그림의 바탕이요, 미의 원천이 되는 요인을 감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바로 그 감동은 다시 사랑이거나  희망의 어느쪽 이거나, 혹은 그 어느것도 아닌 것으로 암시되고 있다.   이렇게 표현되는 감동은 분명히 모순율(矛盾律)의 논리를 지니고 있다.   지은주의 그림은 바로 모순률의 삶을, 그리고 그로부터 폭팔하는 순간적인 정렬, 정념, 정서를 빠르게 포착하려 한다.   

작품 '여인II'은 붉은노을이진 하늘아래에 밋밋한 산이 옆으로 펼쳐져 있는 한쪽에 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바로 작품의 명제가 암시하고 있는 두 여인은 나무에 기댄 듯이 서있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노을진 하늘과 이글거리는 태양인데, 그것은 매우 거칠고 빠른 붓칠로 그려져 있다.   칠하고 다시 긁고 칠한 듯한 그 붓자국은 화면 전체를  압도하고 있으며 두 여인이 기대고 있는 듯한 나무도 이글거리는 태양과 노을 (구름)에 뒤엉켜서 거의 줄기만 남아있을뿐이다.   이렇게 강렬한 힘을 풍기고 있는 태양과 노을의 이미지는 서로 껴안고 있는 두 여인을 더한층 신비하게 만들고 있다.

  

노을이 지은주의 작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같는다는 것은 '석양'이나 '희망'과 같은 작품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석양에서는 삼각산을 연상케 하는 커다란 산이 화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존재를 침묵하게 만드는 그 어떤 힘처럼, 거창한 무게로 느껴지고 있다.   화가는 이 단순한 산위에 황금색 빛나는 찬란한 노을을 펼치며 다시 그 노을은 산 아래로 펼쳐진 물 위에 투영되고 있다.   화가는 이 장엄한 발광체에 무안한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마치 장엄한 노을속에서 신의 의지를 느꼈던 터-너의 그것과도 맥락이 닿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작품 '희망'에서는 울창한 숲을 헤치고 태양이 소ㄷ아 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 태양은 여러 가지 색채로 그려진 동심원(同心圓)을 그리면서 찬란한 노을을 창공에 뿌려놓고 있다.   

작품 '여인I'은 다정히 껴안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니 중심이 되어있고 그 배경은 녹색숲으로 암시되어 있다.   다만 인물의 머리쪽에 꽃을 연상케 하는 커다란 나뭇잎들이 드리워져 있어서 전체적으로 안정된 감성미를 유발하고 있다.   그것은 두 인물의 얼굴 디테일이 생략되고 단순한 색칠로 메꾸어 짐으로서 인물을 인물로서가 아니라 나무나 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자연물로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