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주
즉흥적인 감성어법의 회화

  박용숙/미술평론가

  

  

지은주는 이미 국내에서 두 번의 개인전을 가진 역량있는 화가이다.   또 89년에 "바람꽃"이라는 제명의 시집을 발행했을 만큼 문재(文才)에도 뛰어난 재능을 지닌 시인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이름이 우리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들 리는 것은 그가 82년에 스웨덴으로 이주해 버렸기 때문이다.   10여년의 세월을 낯선 이국땅에서 살면서 어떤생각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지은주가 펴낸 시집이나 그리고 이번 "태평양시대위원회"의 초청으로 열리게되는 개인전의 작품들을 통해 어렴풋이나 그 윤각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은주의 표현행위는 조형사고를 통해서 치밀하게 화면을 구성해 가는 스타일이기 보다는 직관적인 관조력에 의해 화면을 만드즉흥성이 농후한 화가라고 해야할 것 같다.   화가 자신은 스스로 이점을 다음과 같이 암시하고 있다.

"생각은 마음을 몰고 다니다가 때로 불이되었다가 물이되게한다.    비가되고 눈이되어 때때로 마음은 슬품이 되었다가 눈물이 된다.   눈물이된 마음에 비치는 까아만 색이다.   까아만 하늘아래 비치는 산과 바다는 물론 까아맣고 온 세상은 까아만 색으로 그야말로 절망일 때에 빛 속에서 색깔이 주는 기쁨은 죽은마음을 다시 부활시킨다.   나의 글과 그림은 이런마음의 생각과 함께 태어나고 쓰러지고 반복한다."

그의 이런 진술은 사물을 이해하고 그 사물에 그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입장이 실은 표현주의 시대의 그 심상찮은 정서와 관련있음을 느끼게 한다.   고호나 뭉크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대상(자연)은 언제나 자기자신과 대칭을 이루면서 공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은 지은주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심상찮은 감정이나 직관의 예속물이 되는 것이다.  지은주의 시를 읽으면 분명하게 그런 것들이 느껴진다.   

  

필자가 그의 이름들이 조형사고를 통해서 표현되기 보다는 즉흥적이고 직관적이라고 했던 것은 물론 그의 그림을 보면서 느낀 소감이지만, 그의 시집을 읽고나면 더한층 이런생각을 굳히게 된다.   확실히 조형사고는 즉흥적인 감성이나 격정을 억제하는 힘이 있다.   물론 반대로 즉흥적인 감성이나 직관력이 조형감각의 원천이 되고 조형사고를 이루는 힘이 되기도 한다.   

 지은주의 그림은 그 후자쪽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는 그림을 시를쓸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그린다.   같은주제를 두고 한번은 글자로, 그리고 한번은 물감으로 표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히 이런태도는 표현주의 시대의 화가들에게는 바람직한 것이고 또 효과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실은 그 작품들에 대해 대단한 찬양을 보냈던 것도 그 시대의 시인들 이었다는 것은 그점을 뒷받침 한다.   분명히 지은주의 작품세계에는 표현주의적인 사물관(세계관)이나 그 어떤 확신이 가득차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시집(바람꽃)에서 다음같이 말하고 있다.   

"분명 실체로 존재하는 그 무엇이 알게하는 힘, 모든존재를 존재케 한 그 존재가 침묵하는 이유를 모른다고 해서 존재를 <무>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그 무엇, 정신의 공복을 채워가는 그 무엇에대한 감동, 하늘에 분명히 보여 알게되는 저 발광체의 미가 주는 감동으로부터 자기를 찾아가는 유일한 상상력의 숲속에서 느끼는 신비한 체험의 감동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그 무엇의 이름지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순간으로 생존하고 있다."                                     ☞계속